분홍색 뚱뚱한 스포츠카, 거대한 크기의 스웨터가 전시장에 놓였습니다. 귀여운 위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바로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작품입니다. 에르빈 부름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오스트리아 국가관 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오스트리아 대표 현대예술가입니다. 부름은 전통적인 개념의 조각이 아닌, 확장된 경계의 조각을 선보이며 현대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3월 19일까지 진행됩니다.

부름은 소비지상주의, 비만, 이민과 같은 현대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유쾌하게 다루며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부름의 조각에서 흥미로운 점은 부피가 늘고 줄어드는 것을 조각의 영역으로 보았다는 점인데요. 옷을 계속해서 껴입는 작품을 통해 신체를 조각으로 바라보기도, 옷의 표면을 납작하게 떠내어 조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에르빈 부름은 조각의 대상을 행위나 표면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조각의 개념과 정의를 탈피하고 있습니다.

에르빈 부름의 작업에서 또 주목할 것은 바로 상호작용입니다. 이 상호작용은 전시장 2층에 관객 참여 공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선 관람객이 직접 조각이 되기도, 작품 지시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직접 작업에 참여할 수 있으니 전시를 보러 가신다면 잊지 말고 꼭 참여해보세요! 일행에게 촬영을 부탁하면 재미있는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겠죠? 관람객이 인식하는 미술과 조각의 범주를 확장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에르빈 부름의 전시였습니다. 

앞서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f Love》를 소개해 드린 적 있었죠. 무려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을 모으며 성황리에 전시를 끝낸 서울미술관이 두 번째 10주년 기념 전시 《3650 Storage-인터뷰》 전을 작년 12월 29일 열었습니다. 서울미술관을 통해 소개되었던 동시대 작가 48명이 참여한 현대미술전이라고 하네요.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전에선 작품에 담긴 뒷이야기 ‘수집가의 문장’ 캡션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번 《3650 Storage-인터뷰》에서도 작품 옆에 작가의 인터뷰가 함께 곁들어져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인터뷰에는 자기소개를 비롯해 출품작에 대한 작가의 친절한 해설이 덧붙여져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죠. 또 영감을 받는 순간, 예술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과 지속한 원동력, 후배 예술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이 담겨 있어 예술가의 삶을 알아보고 그들의 창조력은 어디서 오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시 작품은 200여 점에 달하고 회화, 사진, 영상, 일러스트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포함합니다. 이 중에는 가수 나얼로 알려졌지만 이십여 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유나얼 작가의 콜라주 작품도 있고요. 관객이 참여한 설은아 작가의 설치작품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한국 보그 매거진과 협력한 안준의 사진 작품 <self-portrait> 연작도 시선을 끕니다. 스페인 다원 예술가 하비에르 마틴, 호주 극사실주의 조각가 샘 징크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외국 예술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4월 16일까지 관람할 수 있어요. 오는 설 연휴에도 모두 정상 개관을 한다니, 연휴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도 되겠죠? 사전 예약이나 비용 없이 매일 오후 2시 정규 도슨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20인 이상 단체 방문은 별도 예약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점 참고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