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이 불혹의 나이로 요절한 사실은 꽤 알려져 있는데요. 그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 이름 이남덕) 여사가 101살이라는 나이로 장수하며 작년까지 살아계셨다는 사실은 잘들 모르실 것 같습니다. 얼마 전 8월 13일이 야마모토 여사의 1주기였는데요. 이를 기념해 출간된 두 권의 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오누키 도모코 기자가 쓴 『이중섭, 그 사람』입니다. 일본에서 출간된 이중섭 평전이 우리말로 번역된 책인데요. 기자가 생전 야마모토 여사와 여러 차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 담겼고,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이중섭의 편지들이 소개된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다음 소개할 책 미술사학자 최열이 쓴 『이중섭, 편지화』는 아예 편지화에 주목한 책입니다. 저자는 은지화뿐만 아니라 편지화도 이중섭이 창조한 독자적인 미술 장르라 평가하는데요. 이중섭이 가족을 향한 사랑을 담아 그린 그림편지와 글씨와 그림이 조합된 삽화 편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처서도 지난 요즘 이 책들로 가을을 준비해 보는 것 어떠세요?

2021년 아트리뷰가 선정한 예술계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2위에 이름을 올린 애나 칭. 일전에 수수깡에서 소개해드린 바 있는데요. 당시 언급한 도서가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세계 끝의 버섯』입니다.

책의 저자 애나 칭은 원자폭탄 폭발로 황폐해진 땅에 가장 먼저 자라난 생물이 송이버섯이었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송이버섯은 양식이 불가능한 버섯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고급 선물의 대명사이기도 한데요.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이 송이버섯이 인간 욕심으로 황폐해진 지구에서 삶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책에서 칭은 버섯을 통해 경제, 문화, 생물학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송이버섯을 통해 우린 어떤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까요?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우리 것인 줄만 알았던 세계가 실패했을 때, 통제받지 않는 버섯의 삶이 선물이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